[5집] 서태지 서면 인터뷰 전문 (1998.7.2)


1. 이번 음반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번 음반은 나에게 중요한의미의 음반이다. 음반을 내기까지의 많은 고민도 있었고,음악을 만들면서 나 자신과의 싸움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음반을 내게 된 동기나 과정 역시 예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었다. 여러 면에서 내겐 새로운 도전 같은 것이었다.
거두절미하고 지금 나는 정성을 다해 하나의 음반을 완성했고, 이제 나의 팬들과 음악을 통해 다시 만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 이번 음반을 통해 시도하려했던 장르나 음악적 성격에 대해 말해 달라.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성격과 장르는 rock이다. 좀더 자세하게 얘기하면 Alternative Rock이다. 요즘 기사화된 사실과는 달리 HipHop과 Techno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Space Music이나 Visual Rock도 아니다. 3, 4집에서 시도했던 Alternative Rock과는 많이 다른 음악이다. 부끄럽지만 내 개인적인 평가로는 예전보다 훨씬 진보한 음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적이지는 않아서 역시 대중들에겐 생소한 느낌이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이번 앨범의 모든 곡들에겐 제목이 없다. 그리고 Take One, Take Two...이라는 것은 연작의 의미는 아니다. 그저 무의미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 이유를 약간 설명하면 지금까지 여러 곡들을 만들면서 제목과 작품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 제목이라는 것은 작품을 설명하기엔 어렵거나 또는 좀 왜곡되어 보이는 느낌을 발견했다. 미술작품이나 음악을 최초로 접하게 될 때 그 제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느끼는 느낌이 진짜 느낌 같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앨범에는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본 것이다.

3. 이번 앨범은 작사,작곡,편곡,연주,엔지니어링까지 모두 혼자 한 것로 알고 있다. 미국에는 실력있는 세션맨들이 많은데 단지 언론에의 노출을 피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인가?

물론 미국에는 대단한 세션맨들이 많다. 그러나 세션맨과 Studio 에서의 작업이란 것은 막대한 시간을 들여 모든 것을 꼼꼼히 작업하기는 힘든 시스템이다.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만의 톤을 찾기 위해 연구했다. 그리고 전곡의 장르가 Rock인 만큼 기타와 베이스사운드를 중요하게 생각해 많은 시간을 톤의 색깔에 투자했고 또 직접 연주했다. 그 결과 만족스러운 소리를 얻어냈다. 그리고 녹음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는 장점도 있다.(좋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게 꼭 커다란 이유는 아니었지만 내가 노출을 꺼리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4. 뮤직비디오 촬영여부와 설명을 부탁한다.

지금 계속해서 두 곡의 비디오를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한국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기존의 3,4일 정도에 제작을 마치는 비디오와는 다른 몇 개월간의 작업을 필요로 하는 뮤직비디오이며 아주 새로운 장르의 비디오가 될 것이다.

5. 앞으로도 계속해서 음반을 발표할 예정인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좋은 음악이 만들어진다면 음반을 발표할 생각이다.

6. 은퇴번복이라는 도덕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다. 이번 음반을 내기 전 나의 은퇴번복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짐작하고 있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은퇴 당시 나의 심정과 그 때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한다.
은퇴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우리가 했던 모든 말들은 진심이었다.
멤버 세명의 의견이 일치했고 우리는 서태지와 아이들로서의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우리는 많이 지쳐 있었고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이제는 꼭 자유로워질 것 이라고 결심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전부였던 음악만큼은 계속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답을 당장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 지쳐 있었기때문에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가지면서 차후에 생각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내가 만약 계속해서 음악을 할 것이란 발표를 한다면 가요계나 언론 등은 계속해서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결국 나는 그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도저히 할 수 없었고 측근들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해서는 "태지는 음악을 절대 하지 않을 것" 이라고 대답해 달라고 부탁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후 나는 휴식기를 지나면서 다시 음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나를, 나의 음악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안타깝기만했다. 그래서 나는 음악을 다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얘기해본 것이다. 지금까지 이로 인해 나의 팬들을 염려시킨 것은 죄송하기만 하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당시의 나의 상황과 심정들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작지만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을 음악을 통해 하려고 한다. 꼭 이번 앨범이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7. 항간에는 아버지의 건축비 마련을 위해 컴백을 했다는 말들도 있는데 사실인가?

물론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까지 나돌 수 있었는지 놀라웠다.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모님과 나를 욕되게 하려는 무례한 추측일 뿐이다.
덧붙여 한가지 하고 싶은 얘기도 있다. 내가 없는 동안 아버지께서 많은 욕을 보셨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계약금을 요구했다는 60억 계약설 등 차마 아들로서 보기민망할 정도의 기사도 많이 나돌았으나 이번 기회에 사실을 밝히게 되서 마음이 놓인다.

8. 이번 계약금이 총 20억원으로 알고 있다. IMF 시대에 국민정서에 맞지않는다는 말들에 대해서는?

물론 굉장히 큰 액수이다. IMF 시대의 위화감에 대해서도 사실 조금은 우려한다. 그리고 이런 점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보장 받을 수 있는 나라이다. 물론 내가 그 돈을 아무데나 써 버린다면 난 잘못된 것이다. 그렇지만 난 그 돈은 헤프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음악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함부로 써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9. 미국에서의 생활모습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난 지금 미국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일부 떠도는 이야기처럼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서쿠르지라는 걸 잊었단 말인가? (웃음) 내가 그리던 나의 모습이다. 난 자연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몇몇날에 걸쳐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하고 여름에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 탐험도 한다. 나의 꿈이었던 R/C (Radio Control)도 자주 즐긴다. 그리고 미국은 별이 아주 많이 보인다. 밤에 하늘을 자주 보다가 결국 천체망원경으로 우주탐사(?) 작업을 펼치기도...뭐 가끔 고독(^_^") 을 느끼는 밤(?)도 있지만 여러분의 덕으로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다.

10. 반도음반의 최삼랑 사장님께서는 이번 음반발표가 컴백의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굳이 컴백이라 말한다면 나도 부인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조금 미안한 마음은 마치 직접 무대로 돌아와 활동도 하고 그러는 느낌을 주는 단어 같아서 팬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11. 음반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일체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않 며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의도를 알고 싶다.

나는 진정한 음악인이 되고 싶고 또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 음악인은 좋은 음악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큰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항상 자유를 원하며 살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할 때 많은 팬들이 한없이 섭섭한 마음을 묻고 나의 자유를 지지해 주었다. 난 아직까지도 그 마음을 가장 고맙게 생각한다. 아름다운 마음들이었다. 덕분에 나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도 나는 자유로움 속에서 숨쉬고 싶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을 때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 것이며 좋은 음악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나의 팬들과 함께 나눌 것이다.

12. 당신에겐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나이에 걸맞지 않게 "뛰어난 사업가" "치밀한 전략가" "언론에 능숙한 언론 플레이어" 등의 수식어가 뒤따른다. 이번 음반 발매 역시 상업적인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나의 음악적 열정을 돈 때문이라고 매도하지 말기를 바란다.
만약 이번 음반이 상업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 사람들은 '음악이 어려워서' '대중적이지 못해서'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하면 무조건 '상업적이다'라는 말을 해 버리는 것은 결코 논리적일 수 없다. 지금까지의 나의 매니지먼트나 언론플레이가 상업적 이슈를 가져 오기에는 충분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음악이다.
나는 음악을 대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부끄러움이 없다. 음악에 부끄러움이 없는 한 나머지 부수적인 것에는 철저히 상업적일 필요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사업가라 해도 좋다. 하지만 음악을 팔아먹는 장사꾼은 아니다. 장사꾼은 돈을 벌기 위해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나는 목표를 세우기 위해 돈을 번다.

13. 한국의 현 가요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은퇴발표시 후배들에게 주제넘은 충고를 하기도 했었다. 사실 요즘은 한국가요계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한국의 가요계가 질보다는 양적인 팽창 뿐이라는 말이 간간히 들려올 때 참 아쉬웠다. 물론 몇몇 실력있는 선후배와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가요는 일본 가요와 겨룰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 난 일본 문화개방은 찬성하지만 우리 나라가 일본의 문화 식민지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정신이 없으면 의식있는 음악을 할 수 없다. 부디 의식있는 후배들의 힘을 기대한다.

14. 지금까지의 소문들(결혼설,주유소 사장설,귀국설 등...)에 대해 진상을 밝혀 달라. 그리고 그런 소식을 접했을 때의 심정은?

한국에 있을 때 루머가 퍼지면 가끔 화도 나고 그랬는데...여기서는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아서인지 좀 덤덤하기도 했다. 물론 모두 낭설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나를 만났다는 사람도 꽤 많다던데... -히히- 그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실 여기서 우연히 한국 사람을 본 적은 있지만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15.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없는 것인가?

아직 예정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 어떻게 고국을 잊을 수 있겠는가. 한국이 무척 그립다. 서울의 거리도, 부모님, 친구들과, 체조경기장도, 뚝섬도... 하지만 지금은 잘 달래며 지내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빠른 시일 내에 꼭 가고 싶다.

16. 이주노, 양현석에게도 한마디...

가끔은 녹화했던 옛날(?) 비디오를 보며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걱정하는 것을 느낄 수 있구요. 주노형의 잔잔한 미소와 양군의 털털하고 귀여운(?) 표정이 내겐 자주 떠오릅니다.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게 웃는 모습 기대할께요.

 

Posted by 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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